[로에X체자레] 왜 줬어요? by 레남

 "귀찮아서가 아니잖아요?"

 바르작거리는 허리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마른 몸이 바싹 긴장하는 것이 팔을 통해 느껴졌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고요. 머리카락에 가려진 귀를 찾아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맞추자, 딱딱하니 굳어 있던 몸이 크게 떨렸다.

 "그만 해라."

 느낀다기보다는 닿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어투였다. 하하! 로에는 소리 내 웃었다. 결코 즐거운 기색은 아니었다.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예요."
 "그게 뭐."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느슨하게 풀어진 손이 도드라진 복근을 쓸어내렸다. 굳은살이 박여 까칠한 손가락이 배꼽 주변을 배회하자, 한껏 긴장하고 있던 몸이 금세 진저리를 치며 떨어져 나갔다.

 "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
 "체자레 씨."
 "기어오르지 마. 꼬맹이 따위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코웃음 칠지언정, 여느 날처럼 빡 소리를 내며 날아들 꿀밤은 없었다. 말로는 꼬맹이, 꼬맹이 하면서도 더는 쉽게 건드릴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 1년쯤 됐다. 로에는 텅 비어버린 팔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체자레가 귀찮다는 이유를 들며 보스 자리를 넘긴 것이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의 일이었다. 귀찮다. 보스의 자리를 넘겨받는 것과는 별개로 로에가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정말 귀찮아서예요? 성가실 정도로 달라붙어서 물어봐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그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그렇대도.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식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자꾸 묻는지 당신은 궁금하지도 않죠? 내 옆에 붙어 있어라, 떠나면 죽는다. 말로는 옭아매면서 남보다 못한 사람을 대하듯이 자신의 팔을 털어내는 모습에 화가 났다. 아니, 화라면 진작부터 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존심 때문에 1년 내내 묵히고 묵혔던 말을 꺼내는 로에의 어투가 저도 모르게 신랄해졌다.

 "…사실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헛소리야, 또."

 뜬금없이 쏟아지는 뾰족한 어조에 막 방을 나서려던 체자레가 상체만을 틀어 그를 응시했다.

 "제게 보스 자리 넘겨주신 거요."
 "너 아직도 그 소리 하냐?"
 "갑자기 귀찮아질 리가 없잖아요."
 "원래 갖고 싶은 자리도 아니었어. 때마침 네놈이 나타나서 넘긴 거지."

 "고작 그거예요?"
 "그래. 뭐가 더 필요해?"

 그놈의 거지깽깽이같은 질문은 1년 내내 하냐? 투덜대며 눈살을 찌푸린 체자레가 막 문고리를 잡고 돌리던 참이었다.

 "때마침 나타난 제가 좋아서는 아니고?"

 어느새 다가왔는지 체자레의 등 뒤에서 선 로에가 팔을 뻗어 반쯤 열린 문을 꾹 내리눌렀다. 계속되는 질문에 진작부터 넌더리를 내고 있던 체자레가 결국 참지 못한 채 벌컥 성을 내기 시작했다.

 "자꾸 그 지랄 떨 거면 나가서 장부나 마저 채워! 한 번 줬으면 끝이지 뭘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제게 준 이유를 알고 싶어요."
 "귀찮아서 그렇다고 했잖아!"

 조금 더 생각해 볼 수는 없어요? 로에가 외쳤다.

 "카트린에게 준 보석은 그녀가 갖고 싶어해서였잖아요."

 무겁게 쏟아지는 말에 체자레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뭐?"

 어찌나 놀랐는지 파들파들 떨리는 볼을 본 로에가 무거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체자레."
 "너… 너 이 새끼…! 자꾸 그년 말 꺼낼 거냐?"
 "당신이 늘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언제?"
 "지금도요."

 분노 때문에 새파랗게 일어난 왼쪽 눈동자가 보기 싫어서 볼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의 눈동자를 덮었다. 짝! 동시에 듣기 싫은 마찰음과 함께 손이 내쳐졌다.

 "추잡하게 굴지 마라."

 추잡해? 로에의 표정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뭐가 추잡하죠? 당신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제가? 아니면 그녀를 잊지 못해서 날 서운하게 만드는 당신이?"

 숨이 다 막혔다.

 "닥쳐."
 "빈말로라도 날 구속하고 싶어서 줬다고 말해주면 안 돼요? 그녀에게는 주점도 줬잖아요."

 체자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뭘 자꾸 같이 취급해? 너 따위가 뭘 알아?"
 "왜 그녀 따위는 이라고 말해주지 않아요?"

 정말 화날 것 같아요. 먹먹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짓이기듯 내뱉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체자레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폭언을 퍼부을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뭐?!"
 "말해줘요."

 제발. 1년 동안 닳고 닳다 못 해 말라서 쩍쩍 갈라지기까지 하는 고통이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을 누르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체자레는 조소했다.

 "지랄하지 마."

 로에는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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